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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사춘기 말대답 (훈육, 인격체, 대화법)

by 페이림 2026. 6. 27.

직접 겪어보니, 혼낼수록 아이는 오히려 더 거세게 밀어붙였습니다. 제가 한마디 하면 열마디, 스무마디로 받아쳤습니다. 그날 밤, 밥도 못 먹은 채 방 불빛이 꺼지는 걸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방식일 수도 있다고요.

2020년 12월, 저는 아들의 저녁 밥상을 치워버렸고, 그 장면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춘기 자녀의 말대답에 대해 훈육과 인격체, 대화법이라는 세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춘기 이후 달라진 이유, 사춘기 말대답
사춘기 이후 달라진 이유

 

말대답이 시작된 건 중학교가 아니었습니다 — 초등 5학년, 그리고 코로나

제 첫째 아들은 2008년생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남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아빠 곁에서 쉼 없이 떠드는 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그날 급식 메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 주던 아이였는데, 5학년쯤 되면서 말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방문을 닫는 시간이 길어지고,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사춘기 조짐이란, 중학교 입학 전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만 11~12세, 즉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이미 행동 변화로 신호를 보내는 발달 과정을 말합니다. 저는 그 신호를 그냥 "요즘 좀 피곤한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일찍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6학년이 된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전국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고, 아들은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온라인 수업 전환이란,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화상 또는 영상 수업으로 학교 수업을 대체한 방식입니다.

 

원래도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는데 뛰어다닐 공간도, 만날 친구도 없으니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집 안에서 쌓였습니다. 거기에 사춘기까지 겹쳤습니다. 코로나 집콕과 초등 6학년 사춘기가 동시에 터지면서 아들의 변화는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갑작스럽고 강하게 찾아왔습니다.

  • 말수 감소: 초등 5학년 무렵부터 대화가 단답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공간 차단: 방문을 닫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 에너지 과잉 축적: 코로나로 등교가 막히면서 갈 곳 없는 에너지가 집 안에서 충돌했습니다
  • 이중 충격: 사춘기 변화와 코로나 집콕이 동시에 겹치면서 변화의 폭이 훨씬 커졌습니다

 

혼낼수록 말대답이 늘었습니다-단호한 훈육이 통하지 않은 이유

 

그 무렵 저는 아들을 혼내는 일이 꽤 잦아졌습니다. 아들이 달라진 것도 맞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 변화에 적응이 안 됐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선을 넘는다 싶으면 바로 혼을 냈습니다. 그런데 혼낼수록 아이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마디 하면 열마디, 스무마디로 받아쳤고, 그 말대답이 저를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악순환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식탁에서 장난을 치는 아들에게 처음엔 웃으며 "그만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엔 좀 더 단호하게 말했고, 세 번째 경고를 했을 땐 이미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습니다. 결국 방으로 데려가 혼냈고, 아들은 끝까지 말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날 아들의 저녁 밥상을 치워버렸습니다. 그날 밤, 밥도 못 먹은 아들 방 불빛이 꺼지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여기서 사춘기 말대답이란, 단순히 버릇없는 행동이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저 "왜 이렇게 반항적이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호한 훈육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방식은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혼낼수록 반발만 커졌고, 서로 간의 거리만 더 벌어졌습니다. 강도가 세질수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쌓여갔습니다. (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넌 어떻게 생각해?" — 인격체 대우로 바꾼 뒤 달라진 것들

 

그날 이후 저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들을 더 이상 제가 가르쳐야 할 어린아이가 아니라, 의견이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여기서 인격체 대우란, 아이의 말과 행동에 담긴 의도를 먼저 이해하려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대신 의견을 먼저 묻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첫째,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이렇게 해"가 아니라 "넌 어떻게 생각해?"로 시작하는 대화를 먼저 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말대답을 해도 바로 화내지 않고 속으로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얘가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하고 잠깐이라도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꾹 참다가 결국 또 목소리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들이 피하는 건 '가르치는 대화'였고, 원하는 건 '들어주는 대화'였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대화는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법에 대해서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연구들에 따르면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애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관계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무뚝뚝해진 건 저를 싫어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이 달라진 것뿐이었는데, 제가 그걸 반항으로만 읽었던 겁니다. 그 판단을 바꾸는 데 꽤 시간이 걸렸고, 그 밥상 사건이 없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아들과의 관계가 항상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말수는 많지 않고, 방문을 닫고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하는 일은 크게 줄었습니다. 가끔은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를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나의 대응 방식을 돌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가 그걸 조금 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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